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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그렇게 생각해 보았다.



고생하셨습니다~

같이 일하던 사람들에게서 벗어나자마자 주머니에서 주섬주섬 이어폰을 꺼냈다. 줄이 제대로 정돈되지 않은 까만색 이어폰을 보자 드디어 하루가 마무리되고 있다는 사실에 기분이 들떴다. 두근두근.
심장 소리에 맞춰 비트도 같이 울린다.

퇴근이다.

나의 일은 항상 고됐다. 일이 끝나면 지나가는 사람한테 하소연하고 싶었고, 뭐 이리 세상에 불평불만이 많냐며 허공에 대고 소리도 지르고 싶었지만 이어폰을 통해 울리는 째지는 목소리에 위안받곤 했다. 

어느 하나 고되지 않은 일은 없다. 옆을 지나가는 이름도 모르는 사람도. 버스기사 아저씨도. 그리고 집에 가면 반겨주실 부모님도. 누구나 마음 속에 가진 고민과 걱정들을 안고 있을 것이다. 스트레스도 받아가면서 고되게 하루 또 그리고 하루를 억척스럽게 보냈을 것이다. 난 또 집에 가면 밥을 먹겠지. 또 그리고 오늘도 힘들었어 힝힝거리며 잠이 들 테고.

버스를 탔다. 어두움 속에서 밝은 불빛들이 스친다. 가로등 불빛들이 옛날엔 그토록 무서웠었다. 깜깜한 것을 극도로 무서워했던 내게 사방이 어두워지며 주황색 불빛이 밝아오는 시간은 지지라고. 어서 자고 싶다고 고사리 같은 손으로 적었던 일기가 떠올랐다.
지금은 전혀 무섭지 않았다. 그만큼 어둠은 무섭지 않은 대신 익숙해졌고, 가로등 불빛은 너무 밝아 밤에도 어두운 낮같다는 생각을 하곤 했다.

그만큼 컸고, 세상은 변했다. 항상 어릴 것만 같았던 나는 어느새 훌쩍 커서 중고등학생 시절을 추억하는 나이가 됐다. 부모님과는 의견충돌로 말썽을 빚는 적이 아니라 그 말에 수긍을 하고 이해를 하는 친구같은 사이가 됐다. 같이 집안 일에 대한 상의를 하고 같이 내야 할 공과금을 보고 한숨을 쉬고 타박도 하는. 

한치앞도 모르는 미래를 위해 돈을 모으고 노후 준비를 하는 시시한 어른... 의 나이. 그리고 하기 싫은 일에 투닥투닥거리며 일하기 싫다고 중얼중얼 거리는 사회 초년생의 나이를 나는 살고 있다.

버스에서 내리자 환한 가로등과 먼 발치로 보이는 어두운 남빛의 하늘에 시선을 빼앗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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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하면서 생각하는 이러이러한 생각들을
모처럼 쉬는 휴일에 정리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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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흰 이어폰을 쓰고있고

그때보다는 좀 더 잔잔한 음악을 듣고 있다

작년의 나는 조금 으샤으샤하는 마음으로 하루를 보냈나보당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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