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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에리]감각

48일 달 2016. 6. 14. 18:47

나는 못된 감각에 사로잡혀 있었다. 조곤조곤 잠든 척한 제 이마 위로, 콧등 위로, 그리고 입술 위로. 나의 감각을 차례로 깨워가는 당신의 입술에 더이상 잠이 들 수 없었다. 그 때가 새벽 세시- 삼십분 쯤 되지 않았을까 싶다.
어둠 속에서 나는 눈을 반짝였다. 내가 눈을 뜨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한 당신이 멋쩍게 안아버린다. 꼭 안아줘. 움직이지 않는 내 팔을 끌어다 당신의 등에 감싸안게 만들고는 체온을 공유하게 만들었다. 당신의 혀가 내 마른 입술을 끊임없이 들어오려고 한다. 입술로, 입으로 막아보려 했으나 결국 살짝 벌어진 틈을 타 교묘하게 들어왔다. 당신의 축축한 혀가 입천장을 한 번, 또 혓바닥을 한 번 서로 얽매여간다. 그 얽매임에 타액이 흐른다. 당신은 모질게 아랫입술을 괴롭히며 이를 세워 날카롭게 깨물어버린다. 아파, 아팟. 하고 몇 번이고 입술을 놓으려고 했으나 당신의 마음이 다시한번 뜨겁게 와닿는다. 체온을 거부할 힘도, 마음도 남아있지 않았다. 그러면 다시 입술이 찾아왔고 혀가 다시 들어와 거칠게 입안을 헤어 놓았다.

당신이 좋았다. 



-감각.

나는 에리의 입술을 빤히 쳐다보았다. 에리는 내 시선의 근원지를 따라가다 입술에 손가락을 멈췄다. 키스하고 싶은거야? 달콤하게 말하는 에리의 입술은 마치 앵두같았다. 상투적인 표현이기는 했으나, 매끄럽게 빠진 아랫입술이 반들반들하게 뽀뽀 한 번 해달라고 조르고 있었다. 사람이 많은 정류장에 우리 둘은 앉아 있었다. 사람들은 서로를 신경쓸 새도 없이 스마트폰에, 각자의 일에 열중해 있었다. 나는 눈을 감아 지난 감각의 기억을 더듬었다. 어렴풋한 새벽의 빛도 없는 그 방 안에서 에리와 내가 짙게 서로를 기억했던 시간 말이다. 나는 사람이 많은 주변을 휘휘 둘러보며 싫어, 라고 말했다.

"그럼 그 때 좋았어?"

반들반들한 입술때문인지, 에리의 낮아진 말 때문인지 나는 얼굴이 급격하게 빨개졌다. 아니, 싫은 건 아니었다. 그날 밤, 나는 스스로 에리의 목을 감싸 안았다. 에리의 벌어진 입술로 혀를 밀어넣었다. 슬쩍 뜬 눈으로 바라본 에리의 얼굴은 상기되어 있었고, 제 신음소리에 달아올라 마구잡이로 입술을 깨물던 그 날. 나는 그 감촉을 기억하고 있었다. 아니, 아니야. 땅바닥을 쳐다보면서 그렇게 말했다.

"그럼 입을 좀 벌려줘."

입을 벌리자 에리의 입술이 다시 나를 찾아온다. 도망가지 못하게 내 몸을 한 팔로 꾸욱 눌러잡고 다시 그 진한 키스의 감각을 깨워준다. 고개를 들지 않겠다고 했건만 여유로운 한쪽 팔로 턱을 잡아 올리고는 저항하지 못하게 양 손을 막아버렸다. 그리고 다시 날카로운 이를 세운, 욕심이 앞선 서투른 키스. 따뜻한 체온과 축축하게 젖은 혀가 건조한 입술을 적셔갔다. 서툴다 못해 서툰 키스였다. 나에게 당신이 처음이듯, 당신에게도 내가 처음이고. 사람들이 지나다는 복잡한 정류소 안에서 우리는 서로 갈구하고 있었다. 에리가 좋았고, 또 사랑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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