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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토우미]네가 좋아-1

48일 달 2016. 9. 12. 01:37
핸드폰 화면이 밝아진다. 은은한 진한 파랑의 머리카락은 핸드폰 화면을 넘어서 나를 미소짓게 만들었다. 너는 웃고 있었다. 벚꽃 아래에서. 나는 그 사진을 찍어주며 네가 진짜 예쁘다고 했다. 너는 수줍어서 얼굴이 확 빨개지며 그렇지않다고 손사래를 쳤고, 그 모습이 예뻐서 연속해서 핸드폰 카메라의 셔터를 눌렀다.

"코토리도 같이 찍어요!"

투덜거리며 말하는 네 모습에 끌려갔다. 셀카모드로 화면을 바꾸면서도 너와 나는 벚꽃 아래에서 동네가 떠나가라 웃었다. 사진 찍어요, 사진. 그녀가 눈짓으로 화면을 가리켰다. 예쁜 표정, 예쁜 표정, 속으로 되뇌이면서 환하게 웃음지었다. 순간, 그녀의 팔이 내 어깨를 감싸쥐었다. 그리고 내 어깨 옆에 수줍게 올라온 브이.

숨막힐 듯 밀착된 너와 나의 거리에서 나는 얼굴이 빨개졌다. 예쁜 표정이고, 사진이고 모든 게 소용없어질 것 같았다. 네가. 가까이 있다. 이렇게나. 고개를 돌리면 입술이 닿을 정도로 이렇게나 피부의 온도부터 감촉, 마음까지 공유하고 있다. 이렇게 심장소리가 두근거리는 마음이 들켜서는 안 된다. 최대한 티가 나지 않게 행동하지만 마음은 방망이질친다. 이런 내 모습을 네가 알까봐 무서웠다.

이를 드러내고 맑게 웃는 너의 모습이 바다처럼 티 한점없이 맑아서.

눈이 부셨다.




"그래서?"
"좋아하는 거 같아."

하아-? 에리는 산더미같이 쌓인 서류 중 한장을 넘기며 나를 쳐다보았다. 멈칫하는 손길에 긴장한다. 원래는 그럴 일도 없는건데 네 얘기만 나오면 항상 긴장해버리곤 했다.

"맛있는 거 먹으러 갈래? 파르페라던가."
"얘기해 줘. 내가 이상한 거야?"
"일어나자. 여기서 할 얘기가 아냐."

에리가 내 손을 잡는다. 나는 손을 뿌리쳤다.

"그런 게 어딨어. 좋아하는 거 같아가 아니야. 좋아해. 내 마음은 확실해. 매일 심장이 터질 것 같은 마음으로 우미를 봐. 같이 등교하려고 발걸음이 맞춰만져도 설레. 같이 수업을 들을 때 잠깐씩 눈이 마주치는 것만으로도 나는 수업이 기대돼. 같이 있고 싶어. 같이 있을 때도 우미 생각, 같이 없을 때도 공기 중에서도 그녀의 체취를 찾아. 꿈에서도 나와. 우미와 손을 잡는 꿈, 눈동자를 빤히 쳐다보는 꿈, 손가락이 이어져 손을 잡고 팔짱을 끼고 허리를 감싸안고 입술을 마주하고. 나는 아무리 생각해도 내 감정을 설명할 수 있는 건 하나라고 생각해. 이건 사랑이야. 분명 사랑이야. 나는 우미를 좋아해. 사랑해."

사랑해.

나는 이 말에 깊은 여운을 남기며 숨 쉴틈없이 에리에게 쏘아붙였던 시간들을 정리했다. 에리는 내 말을 들은 후에도 가만히 서 있었다. 다시 털썩. 그녀가 책상 위에 걸터앉았다.


"좋아하는 만큼 표현하고, 또 좋아하는 만큼 끌어안고 가."
"에리."
"혹시나 아프더라도."
"...."
"그것도 끌어안고 가. 사랑한다면 우미의 감정을 받아들여주는 것도 사랑이야."



그 말은 못들은 걸로 하고 싶다. 내 마음을 거부한다는 생각만으로도 부들부들하며 몸이 떨린다. 그건 싫어. 싫은데.




"좋아해."
"미나미.."
"코토리야."

단호하게 그녀의 말을 정정, 성을 이름으로 고쳤다. 당황한 너의 얼굴이 눈앞에 아른거렸다. 나는 그것보다 백배는 더 긴장하고 있었다. 이렇게 천연덕스러운 얼굴을 하면서 너에게 건네는 러브레터. 그리고 지난 밤 두근거리는 마음을 감추기 위해서 몇 번이고 판을 엎질러 가며 만들었던 과자까지. 떨리는 손을 보여주지 않기 위해 나는 보이지 않게 이를 깨물며 노력하고 있었다.

"미안해."

땅바닥만 쳐다보던 너는 겨우 그 말을 꺼냈다. 그런 말을 하는 너의 눈동자를 보고 싶었다. 항상 손끝으로 매만져주었던 너의 머리카락은 오늘은 야속하게도 얼굴을 가려주고 있었다. 그 파란 커튼이 바람에 하늘거리며 너의 모습을 보여줬으면 하고 바랐다.

바람은 불지 않았다.

"부활동이 있어서... 먼저 갈게."

너는 나에게 얼굴을 보여주지 않은 채 반대 방향으로 뛰어갔다. 그 지나가는 찰나의 순간조차 나는 네 얼굴이 보고싶었다.

억지로 이로 억누른 너의 붉은 입술을 손으로 가렸고, 너는 눈을 감아버린 상태로 눈동자 속의 진심을 알 수 없어졌다.

마음을 단단히 먹으라고 했던 에리의 말이 생각났다. 최악이였다.




너는 오늘이 언제인지 모르나본데.
오늘은 내 생일인데.


너는 정직한 얼굴에 많은 것을 숨기고 있었다. 숨기는 것 따윈 없다고 했지만 누구보다 치밀한 사람이라는 것쯤은 나도 알고 있다. 너는 내가 안달날 정도로 너를 좋아하는 것쯤은 알고 있었다.

나는 너에게 그 이상이 될 수는 없었다. 그것은 아무 말도 하지 않은 나는 너를 가진 척했지만 그건 진짜가 아니었다. 온전히 가질 수 없는 너를 바라보며 혼자 속썩는 것은 내 몫이다. 앞으로도 너와 나의 관계는 딱 이정도다. 앞으로 나아가지 못해 썩어가는 속을 바라보는 것도, 네 앞에서만큼은 세상 누구보다 활짝 웃는 것도 내가 견뎌야 할 몫이겠지. 그것이 내가 네 옆에 있는 이유니까 말이다.

"우미!"

나는 그래도 네가, 우미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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