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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토마키]네가 좋아 - 完

48일 달 2016. 9. 17. 19:25

새는 바다에서는 날개짓할 수 없다. 오히려 악몽처럼 젖은 깃털이 자신을 죽음으로 몰아넣겠지. 나는 내가 새가 되어 바다로 곤두박질치고, 소금기 넘치는 바닷물에 눅눅히 젖어들어 그 속에 빠져 죽는 꿈을 잔뜩 꾸곤 했다. 나는 아직도 지난 몇 년 전, 우미에게 차였던 그 날의 악몽에서 살고 있었다. 차라리 물고기가 되어버린다면 좋을텐데. 인어공주는 육지에서 살고 싶었지만 나는 드넓은 바다에서 아직도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으니 말이다. 




"물고기-" 
"나는 스시 별론데." 



술에 엎어져 있는 내 옆에서 엉뚱하게 말을 받아채는 그녀를 보고 배시시 웃었다. 웃기지도 않는 개그를 어디서 주워듣고 와서 말하는지. 이런 말에 웃는 내가 이상하다. 취했나보다. 



흐리멍텅해진 눈으로 내가 보는 짧은 거리의 끝에는 보라색 눈동자를 가진 마키가 있었다. 흐응- 눈동자에 내가 비칠 정도로 너무 가까이 있다. 술에 취한 내가 눈을 깜빡, 깜빡하고 두 번 감았다 떴다. 그녀의 손이 내 머리 위에 있었다. 




"이 이상은 민폐야. 가자." 
"붸에에에~" 




그녀의 말투를 따라해서 삐진 것인지. 얼굴이 빨개진 마키가 황급히 내 손목을 잡는다. 궁시렁궁시렁. 꽤 비싼 술집이었지만 마키는 망설임 없이 카드로 긁고는 내 손을 다시금 잡아끌었다. 




"너 꽤 손이 많이 간단 말이야." 
"에헤헤." 




조수석에 나를 구기듯이 집어넣은 그녀가 안전벨트까지 손수 매어 주신다. 그녀의 목선, 그리고 옷깃 끝에서 그녀의 향기가 풍겼다. 차의 방향제 냄새도 그녀를 닮았다. 그녀의 향기에 대롱대롱 매달려서 차를 타고, 그녀에게 업혀서 집에 도착했다. 그러나 나는 누워서도 우미를 찾고 있었다. 마키의 기분 따위를 생각할 정신도 없었는데 너는 나를 그 바다에서 건져올리고 있었다. 방향제 냄새가 점점 더 심해지고 있었다. 



나는 어지러웠다. 토할 것 같았다. 




"비밀번호는.." 
"알아." 




무심하게 우리집 비밀번호를 누르는 그녀의 손가락에 새삼스레 놀랐다. 모르는 사이 너는 내 일상 깊숙히 자리잡고 있었다. 




"물은?" 
"...됐어." 




내가 우미를 찾을 동안. 




"자고 가도 돼?" 
"...왜." 




그녀의 눈이 잠시 커진다. 




"걱정되니까." 




조용히. 




너는 내 일상 안에 파묻혀 있었다. 꾸준히 너의 빛을 발해가며. 나는 대충 대꾸하며 침대에 누웠다. 네가 자연스럽게 장롱에서 이불을 꺼내 거실 바닥에 깔았다. 나는 술에 취했는지 제정신인지 이제는 알기 어려웠다. 




"이리 와서 자." 
"...응?" 




나는 침대 옆의 빈 공간을 톡톡 하고 두드렸다. 그리고 베개 위로 털썩. 머리가 울렸다. 이불을 덮지 않았지만 이불을 덮을 힘도 없었고, 옷을 갈아입을 여유조차도 내게는 없었다. 소리나게 눕자 그녀가 한숨을 내쉰다. 옷이라도 갈아입고 자야지, 하면서. 




"이기지도 못하면서." 




네 혼잣말. 으- 샤. 내 옷의 단추를 푼 그녀는 잠시 멈칫하고 있었다. 추운 공기가 살갗 언저리에 닿았다. 부들부들. 이불이라도 끌어안고 싶었지만 뭐라도 잡을 게 없었다. 




"춥지." 




네 체온이 나와 부닥친다. 누워있는 내게 가득 밀려오는 너의 체온, 가득 눌린 무게. 그리고 깨질 듯 어지러운 머릿속을 비집고 들어오는 네 감정들. 나는 오래 전부터 마키가 내 옆을 지키고 온 것을 알 수 있었다. 우미와 서먹서먹해지고 난 이후로 그녀는 나를 수시로 찾아왔다. 이런 얘기에 대해 일언반구도 꺼낸 적은 없었지만 말없이 같이 놀러가곤 했었으니까. 같이 술도 마셔주고. 시시한 농담도 던져주고. 그냥 너는 언제나 같이 있었던 것 같았다. 




"미안해. 옷 입고 자자." 




나는 다시금 추워졌다. 곰돌이 모양이 그려진 잠옷이 머리끝에서 들어오는 것이 느껴진다. 움직여지지 않는 팔을 억지로 움직여 힘들게 옷을 입힌다. 이불을 덮여 누워주고. 옆에 눕지는 않고 내 머리를 쓰다듬는다. 긴 머리를 훑고 이마를 한 번 건드리고. 섬세한 손길로 코와 입술을 한 번 쓸어내린다. 



너의 모든 행동이 나의 감각들에게 소리친다. 




나를 좋아한다고.

 




"마키." 




술이 깼다. 나가려던 그녀를 옭아매었다. 천천히 일어나는데도 속이 아프다. 머리가 울린다. 




"마키." 




나는 그녀의 등에 기댔다. 어깨를 팔로 감싸안은 상태로 그대로 있었다. 움찔거리는 감각들을 나는 몇 년이고 외면해왔는지 알고 있었다. 우미가 나를 외면해왔듯이, 나도 그녀를 그렇게 외면해 온 상처가. 




"코토리." 




그녀가 나를 돌려세웠다. 눈동자가 서로 교차한다. 어둠 속에서 나는 네 감정들을 읽지 못했고, 너도 나의 감정을 읽을 수 없을 것이라 확신했다. 그녀는 나를 침대에 쓰러트렸다. 




자야지. 덮칠 듯 몰려온 그녀는 의외로 상냥하게 이불을 덮여준다. 어둠 속에서 그녀는 나에게 아무런 감정도 없어 보였다. 그럼 내 감각들이 외치던건 술김에 의한 착각이였을까. 착각은 아니라고 생각하고 싶었다. 나는 그렇게 멍청한 사람이 아니었으니까 말이다. 




"너는 나를 믿니?" 




어둠 속에서 그녀가 내 머리를 쓰다듬는다. 나에 대해 무엇을 믿고 있는지 그 무엇조차도 이야기하지 않았다. 내가 무엇을 말하는지 알고 있을까. 




"응." 





그녀의 손가락이 내 입술에 닿았다가 떨어진다. 더이상 바다의 눅눅함은 느껴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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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디 )

단편같은 2편 글 완성입니다

부족하네요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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