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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찾아서 - 3

48일 달 2016. 10. 22. 19:34

마음을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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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 이야기 >

직장인이 된 린은 회사 내에서 잠재적인 은따를 당하고 있다.

의사가 된 마키는 린이 보고 싶어 연락을 했으나 힘들다는 린의 혼잣말을 듣게 된다.

린에게 가고 싶지만 마키는 일 때문에 가지 못하게 되었다.

한편, 린은 회사에서 대리에게 성추행을 당한다.

린과 하나요는 친하지만 린은 하나요에게 제 속내를 드러내지 못하고

하나요는 그런 린에게 '배려'라는 명목으로 가까이 다가가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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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익숙하지 않은.








"미나미 선생님 다음 일러분 파일 메일로 첨부해 놓았어요."

"뽑아둔 분량은 두고 퇴근해요. 아, 호시조라 상."

"네?"

"다음 기획 보고서, 내일까지 받아보고 싶네요."

"그거... 기한은 다음주까지.."

"말대꾸하지말고 나가요."


아니, 말을 하려다가 입을 다물고 나왔다. 오늘은 어쩔 수 없는 철야였다. 헛웃음이 나왔다. 무시받고 불합리한 대우를 받고 있었다. 싫다고 외치고 싶었는데 외칠 수 없었다. 린은 금요일의 일들이 마구잡이로 떠올랐다. 자신은 금요일에도 오늘도 싫다는 감정 하나를 시원하게 뱉어낼 수가 없었다. 소설속의 남자 주인공은 노래에 빗대서라도 자신의 감정을 고백하는데도 불구하고. 


소설보다 못한 현실이다.


"하자, 우선."


인상을 아무리 구겨봤자 해결되는 것은 없다. 우선 집부터 다녀와야 하니 간단히 지갑 등을 챙겨 일어났다. 세면도구라던지 옷가지를 조금은 챙겨들고 와야 하니까 말이다. 간 김에 샤워도 하고 싶었다. 린은 가방에서 코토리가 준 꽃을 꺼냈다. 꽃을 보고 웃으려고 했으나 현실은 그 미소조차도 가져가버린 지 오래였다. 웃을 수 없었다.










[린, 주말에 놀러갈래?]

[나 바빠. 카요찡 미안해.]



핸드폰 불빛이 반짝이며 올라갔던 하나요의 올라간 마음이 쭉 내려갔다. 린에게 자주 연락을 하고 있었지만 쭉 바쁘다는 말 뿐. 일부러 자신을 피하는지, 무슨 일 있는지 싶어 걱정이 한가득이었다.


주말 내내 집에서 린이 나오지 않았다는 사실은 하나요가 직접 목격한 것이었다. 주말 내내 린의 집 앞을 주시하며 있었으니 말이다. 죽기라도 한 건 아닌지 당장 문을 쾅쾅 두드리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았지만 현실의 자신은 린의 집 초인종조차 누르지 못했다. 린의 슬픈 얼굴을 마주하면 자신도 같이 울어버릴 것 같았으니 말이다.  바쁘다는 건 다 핑계고 혼자 마음을 추스리는 중일 수도 있다. 아직은 그대로 두는 게 더 나을 거라고 하나요는 그렇게 판단했다.


그렇게 발길을 돌렸다.


"아냐."


그래, 이건 아니다. 나쁜 촉은 항상 틀리지 않아 걱정스러운 마음은 사그라들지 않는다. 다시금 린에게 메세지를 보냈지만 소식은 묵묵부답. 걱정되서라도 한 번 찾아봐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집으로 돌아온 지 얼마나 됐다고 하나요는 다시 집을 나서기로 했다. 걱정도 되고, 밥이라도 먹일 겸 지갑을 주섬주섬 챙겼다.






"린짱?"

"카요찡이 왠일이야?"


반가움보다 힘듬이 묻어나오는 린의 버석버석한 얼굴에 하나요는 깜짝 놀랐다. 완전히- 찌들어졌다고 해야하나. 등에 몸집만한 백팩을 맨 그녀는 며칠 고된 여행을 다녀온 것처럼 피곤해 보였다.


"어디, 아니 린짱 뭔 일 있었어?"

"철야...바쁘네."

"바, 밥은 먹었어?"


순간 린의 눈동자가 흔들리는 것을 포착했다. 먹었다고 웃는 린의 모습에 가슴이 찡하게 요동쳤다. 규동이라도 먹이고 보내려고 했으나 린의 핸드폰에서 진동이 요란하게 울렸다.


"안돼. 카요찡. 시간나면 연락할게."


린이 집에 들어간 사이 하나요는 편의점을 향해 달렸다. 손에 들고 온 것은 비타민 음료 한 박스. 집을 나서려고 하는 린의 손에 억지로 끼워주었다. 차로 태워줄까? 하는 하나요의 말에도 린은 그저 웃기만 할 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도저히 걱정이 안 될 수가 없는 불안함, 그 자체였다.


"뭔 일 있으면 바로 연락해야해?"

"응~ 카요찡. 걱정하지마!"


지하철을 타고 덜컹덜컹. 지금 자신도 휘청휘청한 상태라는 걸 누구보다 가장 잘 알고 있는 린이었다. 하나요가 준 비타민 음료를 꺼내들었다. 뭐라 말하지 않아도 기분정도는 금방 알아채 준다. 계속 옆에 있어주었던 친구니까.





"프리젠테이션 준비는 되어 가나요?"


얄미운 목소리. 린은 대리를 보며 억지로 입가에 미소를 지어올렸다. 네, 잘 되어가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아직 시작도 못했다. 오늘 철야를 해서 내일 끝낼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이제껏 잘 시키지도 않았던 프리젠테이션이나, 기획서를 앞당겨 받은것도 회식자리에서의 보복일 것이다. 린은 대리의 뒤통수를 향애 어금니를 꽉 깨물고는 다시 자리로 돌아갔다.






계속되는 일은 힘듬 그 자체였다. 며칠동안 잠을 제대로 잘 수 없었던 탓에 눈이 자꾸 감겨왔다. 커피라도 진하게 한 잔 타먹고 싶었지만 탕비실에 있는 믹스커피를 줄창 박살을 내 와서 그런지 이제는 입이 달아질 지경이었다. 그렇다고 블랙커피는 너무 쓰다. 저것도 질리도록 마셨다. 결국엔 린의 피로를 깰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아파-"


두통. 책상 서랍에서 며칠 전에 산 두통약을 한 곽 꺼내들었다. 머리가 깨질 듯이 아프다. 잠을 못 자서 그런거다. 하얀 두통약을 꺼내서 앞뒤로 잘 살펴보았다. 이 약이라면 자신을 구해줄 수 있을지도 모른다. 지금부터 제한된 시간 안에서 프리젠테이션을 완벽하게 준비할 수 있는 집중력과 두통을 억제해주는 놀라운 효과 말이다. 한 알을 더 꺼냈다. 이제는 질려버린 믹스 커피를 꺼내 진하게 태웠다. 커피와 함께 마시면 잘 될 것이다. 그렇게 믿으며 두통약 두 알을 손바닥 위에 올려놓았다. 그래. 모든 것이 잘 될 것이다.


약을 먹고 난 느낌은 별 게 없었다. 두 개의 알약을 동시에 삼킨다는 것은 목구멍에도 꽤나 큰 자극을 주고 있었으며, 왠지 자살하려고 먹는 게 아닌가 하는 두려움에도 자극을 주었는데. 걱정과는 별개로 두통은 조금씩 사라져간다. 마법처럼. 마법. 역시 약은 효과가 빠르다. 두통약이고 뭐고 약을 조금씩 더 사둬야겠다 생각했다.


"어, 어라."


자료가- 눈을 비볐지만 글자가 꽤나 흐릿하게 보인다. 피곤해서 그런가보다, 생각하며 하나요가 준 비타민 음료를 하나 뜯었다. 손이 후들후들 떨리려고 하는 걸 참아낼 뻔 했다.







-쨍그랑





병이 손에서 떨어지고 그녀가 의자에서 힘없이 쓰러지는 것은 순식간인 일이었다. 차가운 바닥에 떨어지는 순간 린은 눈이 순식간에 스르르 감기는 것을 느꼈다. 


"린!!"


걱정이 되어 린의 회사로 따라온 하나요였다. 문 앞에서 방문증을 어떻게 받아야 하나 서성거리다가 그 앞을 지키는 경비원 아저씨와 실랑이도 했다. 겨우 방문증을 손에 꼭 쥔 하나요가 발견한 것은 차가운 바닥에 쓰러진 린이었다. 응급실, 응급실. 핸드폰을 몇 번이고 떨어뜨릴 뻔 하면서 핸드폰을 들었다. 아까 전 기어이 회사를 가겠다고 할 때 말리는 건데. 자신을 한없이 후회했지만 후회는 후회뿐이었다.











"과로요?"


눈물범벅인 하나요는 간신히 정신을 추스리고 있었다. 간호사의 말을 이것저것 듣고 있는 하나요는 곧 쓰러질 것 같았다. 침대에 누워 링겔을 맞고 있는 린의 팔뚝은 안쓰러울 정도로 얇아져 있었다. 하나요가 마지막으로 본 휘청거리는 린의 모습이 기분 탓만은 아니었던 것이다.


"어, 하나요?"

"마키짱.."


눈물범벅이 된 하나요가 마키에게 달려들었다. 눈에 띄는 주황색 단발머리. 마키의 표정이 곧 굳어졌다. 간호사에게 차트를 넘겨받은 마키는 인상을 더욱이 찡그릴 수밖에 없었다.


"대체 뭘 하고 다니는 거야 린."

"요즘 린이 너무 힘들어 보여서... 오늘 찾아갔는데...불안하긴 했어. 너무 힘들어하니까..."


자신을 몰아치는 건가, 마키는 혀를 찼다. 린은 아직도 옛날 성격같은 건 전혀 버리지 못한 모양이었다. 자신은 보잘것없으니까 자신이 제일 낮은 위치에 있어야만 한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러니 이렇게 힘들게 일하면서까지 하나요나 마키에게 한 마디 언급도 하지 않았던 거겠지. 하나요의 말도 그렇고 말이다. 마키의 생각이 맞다면 린은 아마 한계까지 와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입원을 며칠 하면서 쉬는 게 나을 것 같아."

"...안돼..."

"린?!"


감겨있던 린의 눈이 겨우 떠졌다. 빛을 잃은 린의 눈동자가 답답하게 굴고 있었다.


"보고서.. 써야.."

"안돼, 못 나가."

"내일까지..해서..."

"호시조라 환자, 제 연구실이랑 가장 가까운 1인 병동에 잡아주세요."


린은 링거를 억지로 풀 힘조차 남아있지 않았다. 간절한 눈빛으로 하나요를 보는 린이었지만, 하나요가 그녀의 눈빛에 허락할 리가 없었다. 좀 쉬자, 그녀의 말에 린은 고개를 힘없이 저었다. 하지만 눈이 점점 감긴다. 피곤했다.









"네, 병원입니다. 네. 호시조라 상 며칠 입원해야 할 것 같아서요. 진단서 필요하시면 팩스로 보내드립니다."


린의 휴대폰에서 사무실 전화번호를 찾아 내 사무실로 전화를 거는 마키의 목소리에는 딱딱함이 배겨 있었다. 딱 소리나게 전화를 끊고는 마키는 핸드폰을 꺼 버렸다. 하나요는 린의 짐을 챙겨서 온다며 집에 잠시 간 상태였다. 적막감뿐인 병실에 둘이 있다.


"멍청이네. 린"


린의 핸드폰을 살펴보던 마키는 혀를 찼다. 린에게 온 핸드폰 문자들은 전부 다 신경질적이었다. 보고서를 내일까지 만들어 내라니. 린을 기계취급하는 문자들뿐이었다. 거기에 대한 린의 대답은 짧은 긍정의 표시였다. 마키는 짜증이 치밀어오르는 걸 참으며 삐뚤어진 링겔을 바로해주었다. 속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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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3편을 달리고 있는 마음을 찾아서!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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