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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찾아서 - 5

48일 달 2016. 11. 18. 23:40

마음을 찾아서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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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편 내용


힘든 회사 생활로 쓰러진 린이 마뜩찮은지 마키는 심한 말을 뱉게 되고 다투게 되는 린과 마키.

하지만 마키의 일방적인 화해와 반 강제적인 떠밀림에 의해 미국 여행을 계획하고 마키의 집에서 살게 된다.

한편, 하나요는 작가라는 직업이 한편 드러나게 되며, 린에 대한 하나요의 마음도 드러나게 된다. 

린은 연차를 쓰려고 회사에 갔으나, 상사의 모욕적인 발언에 무작정 사직서를 제출하고 오나, 때마침 온 코토리가 사직만은 막아주게 된다.



=====








5. 각자가 그리는 풍경







"린, 충전기 챙겼어?"
"당연하다냐!"
"로밍은?"
"며칠 전에 신청해 놨다냐!"

굳. 마키가 엄지 손가락을 치켜들자 린도 똑같이 엄지손가락을 치켜올렸다. 마지막으로 옷가지들을 하나하나 챙기는 린을 보며 마키는 침대에 누워 알람을 맞췄다. 

"마키짱."

준비를 다 끝냈는지 린이 마키의 옆에 조심스레 눕는다. 빛이 들어오지 않게 커튼을 친 까만 방, 같은 이불을 덮은 린과 마키는 이불 안에 갇힌 공기로 아슬아슬하게 서로의 체온을 공유한다.

"어-엄청 기대된다냐."

냐, 냐. 말투를 이제는 자연스럽게 쓰는 린을 보며 마키는 고등학생으로 돌아간 듯한 착각이 들었다. 회사를 관둔 린은 항상 쾌활해 보였다. 그놈의 회사가 문제였다. 린은 회사를 나가지 않는 동안 세세한 몸집부터 표정까지 하나하나 다 바뀌었다. 마키는 그런 바뀐 린이 뿌듯했다. 관두라 할 때 관두지. 정확히는 관둔 게 아니라 연차라고 말했지만 그거라도 다행이었다. 자신이 출근하면 컴퓨터로 여행 계획을 짜고 있는 린이 좋았다, 집에 돌아오면 혼자 떠들지 않아도 된다는 안정감, 또 린이 있어서 좋다는 그런 고백하고 싶은 마음. 돌아오면 같이 저녁을 차려 먹거나 자연스럽게 수다를 떨곤 했다. 그리고 간단한 캔맥주도 무난히 마시고. 린의 푸흐흐, 하는 웃음소리가 귓가에 떨어진다. 마키는 설렜다. 마음이 간질간질하고 잔뜩 부풀어오른다. 이 감정은 여행에 대한 기대감인지, 제 옆에 누워서 잔뜩 설레어하는 린 때문인지는 정확하게 가늠할 수 없었다.

"간다냐!"

그래. 간다. 캐리어를 끌면서 흥얼흥얼 노래가 나오려는 걸 린이나 마키는 굳이 멈추지 않았다. 하나요가 공항에 도착할 때까지 흥얼거리는 노래는 멈추지 않았고, 결국은 셋 다 얼굴을 붉히며 푸하하, 하고 큰 소리로 웃었다. 간다냐! 부끄럽지도 않 린이 그렇게 외침으로 셋의 일탈여행은 시작되었다.

"자?"
"..."

마키나 하나요는 비행기를 타자마자 기내식도 먹지 않고 자는데. 비행기를 타고 가면서 긴 시간동안 린은 쉽게 잠들 수 없었다. 린은 하얀 구름 속을 헤치며 지나가는 비행기를 보며 온갖 생각에 잠겼다. 아무런 미래 계획 없이 상사와 싸워가며 무작정 얻어낸 연차와 막막한 출근길, 마키의 집에서 살고 있다고는 하지만 언제까지 신세질 수도 없는 노릇이다. 쉬면서 사람에게서 벗어났다는 쾌적함을 느끼기는 했지만 스트레스가 없는 대신 불안감이 자신을 잠식하고 있었다.

회사에는 다시 돌아갈 수 있을지, 자신은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하는지.

떠밀리듯 살아온 제 인생에서 다른 나라는 또다른 답을 줄 수 있을지 궁금했다. 뮤즈로 있었을 때에도 미국이라는 곳은, 또다른 기회를 주는 것과 동시에 생각을 완벽히 정리하고 마지막을 준비할 수 있는 여지를 주었으니 말이다.





[ "린, 전에 여행 다녀왔는데."
"응? 노조미?"
"얼마 전, 체코를 다녀왔는데 거기 엄청 큰 시계탑이 있단 말이지? 너무 예뻐서 눈을 뗄 수 없었어."
"체코라...우리 글 작가님 소재 떨어졌다구 그러던데 좋은 뒷받침이 되겠다. 나 좀 적어가도 돼?"
"안돼."
"뭐야. 쪼잔한 노조미는."
"직접 봐야 그 느낌을 알 수 있거든." ]





꿈을 꾸는 것 같은 노조미의 표정이 생각났다. 체코- 체코. 낯선 나라의 이름을 린은 되새겼다. 미국에서 뭘 할지 여행계획을 세웠던 린은 체코란 낯선 이름을 되새겼다. 







그렇게 도착한 미국은 수없는 불빛들이 매력적인 밤이었다. 며칠 있었던 곳이 아닌데 너무 익숙한 것들에 셋의 얼굴에는 저절로 미소가 피어올랐다. 분명 똑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일까.

"옛날 생각나."

하나요가 중얼거렸다. 셋은 공항에서 거의 이동할 줄을 몰랐다. 고개를 끄덕거리면서, 낯선 영어에 조금 당황했지만 옛날처럼은 버둥거리지 않는 여유로움을 보이면서. 조금은 빛바랜 추억을 생각하고 있었다. 마음이 따뜻해져온다. 이것저것 있었던 깨알같은 많은 추억들. 어떻게 다들 살고 있는지 말이다.

"기억나, 진짜. 호텔도 잘못 찾고."

핏, 하고 린이 웃었다. 그랬던 적이 있었다. 그때 묵었던 호텍의 방을 예약한 마키의 마음 씀씀이가 고마웠다. 셋 다 같은 방을 정해놓은 것도 옛날 추억 회상하자는 취지도 좋았다. 저녁은 식당에서 이것저것 먹자며 치즈 케이크고, 스테이크고 이것저것 시켜 먹기도 했다. 옛날과 달라진 게 있다면 이것이 처음이 아니라는 점, 그리고 셋 다 스물을 넘긴 성인이었으므로 술이 있다는 것까지.




"린, 술 조금만 마셔."
"마키짱 잔소리는 안듣는다냐."
"뭐, 여행왔는데 자유롭게 마시게 두자."
"카요찡은 내 마음을 너무 잘 알아."

가게에서 잔뜩 산 치즈에 와인 몇 병을 사 왔다. 린의 말에 반되는 마키와 하나요의 의견에서 린은 당연히 하나요의 손을 들어주었다. 린은 술로 손을 뻗는다. 아니꼽게 보는 마키를 무시하고는 잔의 반을 채운 붉은 와인을 어지럽게 흔들었다. 몇 년 전 생각이 났다. 이렇게 잔뜩 취해버린 린, 품에 가득 마키짱의 냄새가 나고, 하나요의 목소리가 자신을 잠들게 하던 그 풋풋한 대학 초년생 때 말이다. 미국에 와서야 묵혀두었던 옛 기억들을 제대로 꺼내어 볼 수 있었다.

"짠- 하고 싶어."
"주정뱅이."

마키는 린이 들으라는 듯 꽤 정확하게 말했지만 린은 밉살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마키의 말을 무시했다. 옛날같다. 고집이 여전히 센 것은 마찬가지다. 마시면 취하고 기억잃을 술을 뭐 그리 좋아하는가 싶었다. 린의 얼굴은 점점 빨갛게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저러다가 또 애교부리며 앵겨붙을 것이다. 분명 그럴 것이다. 몇년 전에도 꼭 그랬으니까 말이다. 마키는 어느샌가 자신의 몸에 필요없는 힘이 잔뜩 들어가 있는 것을 발견했다. 린은 어느새 하나요가 주던 와인을 병 끝까지 들이키고 있었다. 헤롱헤롱거리는 것이 보인다. 하나요의 표정은 일관적이였다. 마셔도 돼, 무한 긍정의 의미.

"그만 마셔, 하나요. 뭐 이렇게 많이 주는거야. 그만해 그만."
"마키짜앙- 기댈거다냐!!!!"

아. 취했어. 마키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런 그녀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린은 마키의 허리를 잔뜩 감싸쥐었다. 마키의 어깨에 턱을 기대고 눈을 푹 감은 린의 숨결에선 진한 와인의 향이 깊게 흘러나왔다. 많이 마셨다. 무리했다.

"너는...정말."
"마키짱, 너도 마실래?"

하나요는 와인 한 병을 들었다. 아직 치즈도 남아있겠다, 치즈 하나를 우물거리며 그녀가 주는 와인잔에 와인을 받았다.

"낯설다, 정말."
"응, 이렇게 단둘이 마시는 건 없었잖아. 옛날에도 그랬고."

하긴, 항상 린이 끼여있었다. 그 때는 술에 잔뜩 취한 린을 돌보느라 정신이 없었고 말이다. 짠, 하나요의 재촉에 잔이 맑은 소리를 내며 부드럽게 흔들렸다. 술기운이 조금은 들어간 하나요는 아련한 눈빛이었다.

"마키짱."
"응?"

하나요는 머뭇거리고 있었다. 마키는 그녀의 대답을 기다리고 있었다.

"좋아.."

때마침 린이 중얼거린다. 이놈의 밤꼬대, 투덜거리는 마키짱이 린을 결국에는 내려놓는다. 침대에라도 눕혀놔야겠거니 싶었다. 마키는 린을 부축해 일어났다. 축 늘어진 몸은 원래 가볍고 날렵해도 꽤 무서웠다. 그런 제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린은 새근새근. 새벽까지 술을 마시겠다고 한 사람은 누구였는데 벌써 곯아떨어진 린이 웃겼다. 하나요가 일어나려다가 약간 기우뚱하게 다시 엉덩방아를 찧는다. 마키는 하나요를 자리에 앉혔다.

"내가 눕혀놓고 올게."

린, 들어가자, 사근사근 말하며 다시한번 린을 들어올렸다. 읏-샤, 하는 마키의 음성과 함께 하나요는 기어코 일어나 린의 왼쪽 팔을 들어올렸다.

"아냐, 내가 가도 되는걸."
"앉아있어, 카요."
"마키짱."

응? 



의외로 단호한 하나요의 말에 마키는 고개를 들었다. 하나요는 축 쳐진 린의 몸을 자신 쪽으로 기대게 하며 마키를 보았다. 방황하지 않는 정확한 눈동자.

"나, 린을 좋아해."

하나요의 말이 마키의 귓가에, 머릿속에 그대로 전달되었다. 좋아한다고 말하는 하나요의 눈빛은 깊고 진했다. 마키의 머릿속에는 하얀 물음표만이 여러개 떠다니고 있었다. 무슨 말부터 꺼내야 할지, 어떤 표정을 지어야할지, 제 자신이 어떤 감정을 가져야할지조차도. 생각지도 못했던 말에 말을 어버버거릴 수밖에 없었다.

"친구..이상으로?"

끄덕, 하나요가 고개를 끄덕거린다. 마키는 손을 놓았다. 린의 몸이 잠깐 휘청거린다고 했더니 하나요가 단단하게 붙잡았다. 친구 이상으로 좋아한다. 하나요는 린을 데리고 침실로 들어가는 것을 마키는 그냥 쳐다볼 수밖에 없었다.

좋아한다, 좋아한다는 감정. 마키는 하나요의 말도 혼란스러웠지만 그 말을 들은 자신의 반응도 웃기다고 생각했다. 좋아한다는데 당연히 인정하고 수긍할 수 있는데 미묘하게 자신은 머뭇거렸다. 그리고 술잔에 쉽게 흔들리는 와인처럼 흔들렸다. 오랜 친구가 정상적인 연애가 아닌 동성의 연애라서 놀란 것, 그 자체인지. 아니면 친구에서 연인이 되는 그 낯선 장벽과 혼자 남을 상황이 두려워서였던가.

아니면.



조금 다른 느낌의 두려움일까.



조금 오랜 시간동안 침실에 있던 하나요가 돌아올 때까지 마키는 하나요가 던진 말 한마디에 퍼진 파장에서 헤어나오기 어려웠다. 







아이같은 린에게 잔소리를 하는 것, 힘들다고 중얼거리던 린의 어두운 목소리, 집에 데려오는 제 고집. 그 모든 것은 린을 향해 있었고 린에게 느끼는 감정은 하나요와 비슷한 그것이라는 해답을 찾기까지는 하나요가 다시 돌아오고 한참의 시간이 흐른 뒤였다. 





"카요는 린을 좋아한다고 했잖아."
"응."
"나도... 친구 이상으로 린이 좋아."

하나요는 말문이 잠깐 막혔다. 눈치가 있는 마키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하나요는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린은 우리 집에 있어."

하나요가 시선을 회피한다. 린의 마음이 어떤지는 모르지만 하나요의 마음을 알고 있었다면 린이 쉽게 마키의 집에 들어오지 않았을 것이다. 마키는 저도 모르게 마음이 놓이는 걸 느꼈다. 하나요에게 말함으로써 자신의 혼란스러운 감정들이 하나둘 정리되어간다. 침묵의 바다가 밀려왔다.









-









"머리...아팟."
"미쳤어. 술을 그렇게 마셔서 그렇지."

어제의 고민들을 털어버리며 마키는 린을 흘겨보았다. 꾸중을 들을까 잔뜩 움츠러든 린에게 하나요는 어깨를 두드려주었다.

"오늘은 어디 가볼래?"
"냐냐냐, 체코!"

체코-? 어디서 꿈 같은 나라를 데려온 것인지. 마키나 하나요나 꿈이 아닌지 둘다 어안이 벙벙한 표정으로 린을 쳐다보았다.

"전에 노조미가 체코 시계탑 가 보라고 해서 말이야."
"노조미- 귀찮아."

말을 꺼낸 건 마키였다. 바보처럼 웃는 린을 뒤로하고 마키는 툴툴거리며 비행기표를 찾았다. 지금부터 공항으로 가도 빠듯한 시간에 어서 서두르기로 했다. 빵을 한 조각 입에 우물우물 물면서 린이 웃는다. 뭘 웃냐고, 째려보려다가 마키는 관두고 짐을 싸기 시작했다.

"저.. 린."
"냐?"
"아냐."
"싱겁다냐."

어제의 마음, 물어보려다가 마키는 입을 황급히 닫았다. 하나요의 소중한 마음은 본인이 직접 전달하는 것이 가장 아름다운 법. 자신이 굳이 끼어들어 혼란스럽게 할 일은 없다만 마키도 왠지 모르게 조급해했고 린의 마음을 알고 싶었다.

"린."
"아, 왜."
"카요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해?"
"마키짱 이상한 말 한다냐."

카요? 린은 가볍게 흘려들어갈 이야기에 갸우뚱하며 고개를 움직였다. 움직이는 고개의 각도만큼 마키의 마음도 쪼그라들 것 같았다. 

"린은 어떤 카요도 좋다냐."

그게 할 말이야? 하고 성질을 엄청 내고 싶었지만 마키는 인내심을 십분 발휘해 참아냈다. 린이 그래도 고심했다는 것은 어떤 이유가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그럼 나는?"
"냐?"

아냐, 됐어. 마키는 어색해지는 공기를 급하게 끊으며 먼저 나왔다. 린도, 마키도. 그리고 하나요도. 체코행 비행기를 탈 때까지 셋은 생각보다 많은 이야기를 나누지 않았다. 그리고 그 사실에 대해 누구 하나 불평을 내뱉는다거나 하지 않았다. 생각할 게 많은 모양이지, 작은 창문 사이로 보이는 구름에 각자의 고민들을 주고받으며 말이다.

"체코."
"우와..."
"여기, 여기 갈거다냐! 시계탑!"

린은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익숙한 곳에 도착한 것처럼 방방 뛰었다. 시계탑이 보고싶었어. 어디서 구한건지 관광지도까지 들고 함박웃음을 지었다. 어찌어찌 가는 버스에 올라탄 린의 모습에는 미소짓는 얼굴만 보였다. 뾰로통한 표정을 짓고는 있지만 마키도, 하나요도 린에게는 절대로 이길 수가 없다.

"여기, 여기 체코에 오면 이건 먹어봐야 한다 그랬다냐."

린이 손가락질한 곳은 뜨레들로 가게였다. 봉에 돌돌 감아 노릇하게 구운 빵에 사르르 녹을 것 같은 설탕을 뿌려놓은 빵에. 달달함의 절정을 보여주겠다는 건지 생크림을 잔뜩 얹고, 시럽에 절여진 파인애플과 딸기 등 제철 과일도 쌓아주면서 또 생크림을 얹고. 초코 시럽과 예쁘다는 이유로 가게 주인의 윙크까지 덤으로 받았다. 생각보다 큰 크기에 놀라 입을 한번 쩌억. 엄-청 맛있어서 입을 한번 더 쩌억.

"맨날 이것만 먹으면서 살고 싶다냐."

린은 입가에 생크림을 잔뜩 묻혔다. 칠칠맞게 묻히면서 다닌다고 표정을 얄밉게 하며 흘겨보는 것은 마키의 몫. 묻었다며 사근사근하게 입술을 닦아주는 것은 하나요의 몫이다. 

"그러는 마키짱도 엄청 묻혔다구!"

린의 엄지손가락이 마키의 입술에 닿는다. 시간이 굳어버린 것 같았다. 아무렇지 않게 입술에 묻은 생크림을 엄지손가락으로 닦아내고 그 손가락은 그대로 린의 입으로 들어갔다. 순간 마키는 하나요의 눈치를 보고 있었다. 하나요는 알아채지는 못했지만 마키는 얼굴이 차츰차츰 붉어졌다. 결국에는 린에게 빼액하고 소리를 지르게 될 정도로. 마키는 울고 싶은 기분이었다. 린이 하나요보다 자신에게 마음을 쓰고 있는건지, 아니면 착각인지.

"시계탑이야."

뜨레들로도 거의 다 먹어가고 주변 시장 구경도 한바탕 끝내고 난 뒤 도착한 시계탑은 웅장함 그 자체였다. 린은 화려한 시계에서 눈을 뗄 줄을 몰랐다. 노조미가 역시 말한 대로다. 직접 봐야지, 그 공기와 흘러가는 시간을 느껴야지만 전해지는 감동이 이 곳에 있었다.

세시 십오-분.

시침과 분침은 오른쪽으로 나란히 서 있었다. 린은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평평하게 수평을 이루고 있는 분침이 나락을 향해 떨어진다. 언제까지나 수평에, 나락으로 내려가지 않는 그 상태였으면 했다. 지금 이 좋은 기분을 유지한 채, 괴로운 감정들을 버려버린 이 시간 그대로. 분침이 하나 둘 떨어질 때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저 분침은 자신의 모습같다고 생각했다. 열심히 움직이나 나락으로 떨어지는 그 시간들. 궤도는 정해져 있었다. 바닥으로 떨어지는 길.




"다시 올라가."




마키가 불현듯 중얼거렸다. 조용히 말했지만 린에게 그 말만은 확실하게 들렸다.

3시 31분.

정점을 찍은 분침이 다시 박차고 올라간다. 느린 듯, 천천히 정점을 찍으러 올라가는 시계는 린에게 말못할 무언가를 선사해 주고 있었다. 






======


아 한 7~8편 쯤에서 완결을 지을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네요.

이제 비축분이 없다냐!

써서 오겠다냐!

부족한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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