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피릿츄아루파와아-" "쾅쾅쾅!! 조용히 좀 해요!" 벽을 두어번 쿵쿵 두드리자 반대편에서 하...잇-하는 풀이 잔뜩 죽은 목소리가 들린다. 하여튼 진짜. 도저히 집중이 안 된다 집중이. 오늘 하루만 해도 수어 차례 이런 일이 있었다. 옆집의 스피릿츄얼 파워를 가진 여자에게 쫌 따져야겠다, 생각하며 현관문을 거칠게 열었다. "ㅇ...어...음...ㅇ...ㅏ!" "....누...누구..." 바이올렛 색깔 머리를 양갈래로 묶은 여자가 저를 올려다본다. 뭐 팔러 왔다기에는 긴 원피스 차림이라 집안에서 주로 입는 평상복 같았다. 게다가 뭐 팔러왔으면 옆에 물건이라도 끼고 있어야하는데 딸기 한 바구니를 들고 있었다. "ㅇ...옆집입니다...." 누구요? 옆집? 놀란 마음에 날카롭게 외치자 그녀가 죄송합니다.....
그냥. 그렇게 생각해 보았다. 고생하셨습니다~ 같이 일하던 사람들에게서 벗어나자마자 주머니에서 주섬주섬 이어폰을 꺼냈다. 줄이 제대로 정돈되지 않은 까만색 이어폰을 보자 드디어 하루가 마무리되고 있다는 사실에 기분이 들떴다. 두근두근. 심장 소리에 맞춰 비트도 같이 울린다. 퇴근이다. 나의 일은 항상 고됐다. 일이 끝나면 지나가는 사람한테 하소연하고 싶었고, 뭐 이리 세상에 불평불만이 많냐며 허공에 대고 소리도 지르고 싶었지만 이어폰을 통해 울리는 째지는 목소리에 위안받곤 했다. 어느 하나 고되지 않은 일은 없다. 옆을 지나가는 이름도 모르는 사람도. 버스기사 아저씨도. 그리고 집에 가면 반겨주실 부모님도. 누구나 마음 속에 가진 고민과 걱정들을 안고 있을 것이다. 스트레스도 받아가면서 고되게 하루 또 ..
아무리 한숨을 쉬어도 답답한 게 응어리져서 내려가지 않을 때, 담배도 손쉽게 잡히지 않을 때. 오늘은 좀 그런 날이었다. 어제 낮부터 하루종일 쳐다 본 컴퓨터 화면에 질려 질펀히 자고 일어나니 눈은 몇 번을 꿈뻑꿈뻑 감았다 떠도 초점이 맞춰지지 않았다. 이불 밖을 벗어나고 싶어 허리는 꿈틀꿈틀 요동쳤으나 일어나기조차 힘들었다. 핸드폰을 보니 곧 출근해야 하는 시간이었다. 일으켜지지도 않는 몸을 꾸덕하니 일으키며 나는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집안은 조용했고 내 눈밑의 다크서클처럼 퀭했다. "..." 시계초침 돌아가는 소리조차 들리지 않았다. 시계는 10시 42분 57초를 부근으로 멈춰 있었다. 나는 그 날을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고등학교 1학년 한창 예민하게 신경질이 나 있던 때, 아무 이유 없이 시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