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랑, 평생 있어줘" 그녀가 데려간 곳은 예쁜 서양식 별장이 아득해 보일 정도로 끝이 보이지 않는 푸른 정원이었다. 6월의 뜨거워지는 햇빛을 닮은 탐스러운 장미들이 각기 제 매력을 뽐내고 있는 정원의 한가운데였다. 니코 앞에 한 쪽 무릎을 꿇은 그녀가 내민 것은 붉은 장미꽃이었다. 단조롭다고 생각이 들 수 있는 빨간색이었으나 자세히 쳐다보고 있으면 꽃잎 하나하나에 맺힌 물방울과 그 물방울 사이로 작게 보이는 그녀의 얼굴이 있었다. 고백, 장미꽃과 그녀의 얼굴을 번갈아가며 쳐다보던 니코는 눈을 감아버렸다. "미안해." "싫어." 즉각적으로 돌아오는 그녀의 대답. 니코는 뒤로 돌아섰지만 손목이 붙잡혔다. "내가 듣고 싶은 말은 그게 아니야. 다시 말해." 싫어. 니코는 우악스레 손목을 붙잡는 그녀의 손을 ..
"그럼 그렇게 하는 걸로 해요." 잠이 든 니코를 집에 바래다 주고 그녀가 일하는 소속사에 들렸다. 우주 넘버 원 아이돌을 키우는 아이돌 회사 치고는 참 작은 회사였다. 노조미는 그녀의 흔적들이 묻어있는 건물 여기저기를 손으로 쓸어보기도 하고 눈여겨보기도 했다. 연습실이라던지, 아님 앨범을 녹음하는 공간이라던지. 뮤즈-라는 것에 대한 인기는 이 곳에서는 유명인사였던 모양이다. 노조미는 생각보다 사장과의 이야기가 잘 풀려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이게 니코를 위한 좋은 일은 아니지만 말이다. 화장실에 다녀온다고 말하자 까랑까랑해 보이는 매니저는 노조미를 향해 웃었다. 가식적이었다. 니코에게 보이던 싸늘한 목소리와 눈빛을 직접 봤는데. 노조미는 가식적인 행동들이 눈에 거슬려 웃지 않았다. "재수없어." 노조미는..
나는 못된 감각에 사로잡혀 있었다. 조곤조곤 잠든 척한 제 이마 위로, 콧등 위로, 그리고 입술 위로. 나의 감각을 차례로 깨워가는 당신의 입술에 더이상 잠이 들 수 없었다. 그 때가 새벽 세시- 삼십분 쯤 되지 않았을까 싶다. 어둠 속에서 나는 눈을 반짝였다. 내가 눈을 뜨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한 당신이 멋쩍게 안아버린다. 꼭 안아줘. 움직이지 않는 내 팔을 끌어다 당신의 등에 감싸안게 만들고는 체온을 공유하게 만들었다. 당신의 혀가 내 마른 입술을 끊임없이 들어오려고 한다. 입술로, 입으로 막아보려 했으나 결국 살짝 벌어진 틈을 타 교묘하게 들어왔다. 당신의 축축한 혀가 입천장을 한 번, 또 혓바닥을 한 번 서로 얽매여간다. 그 얽매임에 타액이 흐른다. 당신은 모질게 아랫입술을 괴롭히며 이를 세워 날..